21 4월 2026

[KBO 종합] SSG 랜더스의 엇갈린 명암: 에레디아의 극적 홈런과 고명준의 부상 악재

경기는 그야말로 숨 막히는 투수전의 연속이었다. 5회까지 양 팀 선발 투수들은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마운드를 굳게 지켰다. 중간에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경기가 7분가량 중단되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팽팽한 흐름은 좀처럼 끊기지 않았다.

침묵이 깨진 건 6회말이었다.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SSG 랜더스의 길레르모 에레디아가 매서운 스윙으로 허공을 갈랐다. 볼 카운트 2볼 노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상황, 에레디아는 롯데 자이언츠 선발 이민석이 뿌린 시속 148km짜리 직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쳤다. 지난 3월 25일 롯데전 이후 무려 82일 만에 터진 시즌 2호 홈런. 비 내리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나온 이 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결국 경기는 SSG의 1-0 짜릿한 신승으로 끝났다.

작년 시즌 타격왕 출신인 에레디아는 우측 허벅지 부상 여파로 4월 1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가 이달 3일에야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기 감각을 서서히 끌어올리던 와중에 팀의 3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결정적인 결승포를 쏘아 올린 것이다. 경기 후 그는 긴 재활 기간 동안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내내 미안했다며 털어놨다. 이어서 그래서인지 오늘 홈런은 나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며, 개인적인 기록을 떠나 팀이 승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SSG 선발 드류 앤더슨은 7이닝 동안 피안타 5개, 무려 11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5승(3패)째를 수확했다. 맞대결을 펼친 롯데 이민석 역시 5⅓이닝 1실점(5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으로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지만, 에레디아에게 내준 피홈런 한 방에 아쉬운 패배를 떠안아야 했다.

핵심 타자 고명준의 장기 이탈, 깊어지는 사령탑의 고민

하지만 연패 탈출의 기쁨도 잠시, SSG 벤치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올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던 고명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이숭용 감독의 표정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와의 맞대결.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고명준은 2회초 상대 선발 커티스 테일러가 던진 공에 왼쪽 손목을 정통으로 맞았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그는, 스윙 판정까지 겹치면서 결국 대타 오태곤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틀 뒤인 20일 진행된 정밀 재검진 결과는 뼈아팠다. 구단 측에 따르면 좌측 척골 골절 진단이 나왔다. 최소 4주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며, 이후 훈련 및 실전 복귀 시점은 경과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공백기가 두 달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이숭용 감독은 한 달 만에 돌아와 준다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장 두 달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박성한과 고명준의 페이스가 워낙 좋았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고명준의 빈자리는 타격 지표만 봐도 쉽게 체감된다. 그는 17경기에 나서 타율 0.365(63타수 23안타), 4홈런, 12타점, 9득점, OPS 1.047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작년 시즌 개인 최다인 17홈런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던 중이었다.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1군과 퓨처스팀을 통틀어 전문 1루수가 전무하다. 사령탑은 급한 대로 최준우를 콜업했지만 1루 수비 경험이 간헐적인 수준이라며, 당장 1루를 맡을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은 오태곤뿐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타자의 이탈과 제한적인 교체 자원 탓에 SSG는 험난한 시즌 운영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결국 남은 주축 선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 감독은 김재환, 한유섬, 에레디아 같은 중심 타자들이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터지지 않으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으니 이제는 선수들이 스스로 나서서 결과를 증명해야 할 때라고 분발을 촉구했다.

곽빈의 값진 마수걸이 승리와 KT의 무자비한 홈런 쇼

한편, 작년 시즌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두산 베어스의 곽빈은 키움 히어로즈를 제물로 힘겹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7⅔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2 신승을 이끌었다. 키움은 이 패배로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시즌 개막 전 옆구리 부상으로 긴 재활 터널을 지나야 했던 곽빈.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한 바로 다음 날이었던 지난 3일 KIA 타이거즈전에 첫 선발로 나섰고, 이어 8일 롯데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승리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드디어 승리 투수가 된 곽빈은 스스로 절대 다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막상 부상을 당하니 속상하고 잡생각이 많아졌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내 힘들 때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야구인데 스트레스받지 말고 즐기자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사소한 것부터 감사하려 노력했다고 성숙한 멘탈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KT 위즈는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를 상대로 말 그대로 무력시위를 펼쳤다. 1회 이정훈의 2점 홈런을 시작으로 3회 장성우(1점), 5회 안현민(2점), 6회 멜 로하스 주니어(2점), 9회 문상철(1점)까지 대포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이틀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과시한 KT는 삼성을 16-4로 대파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