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한국시각)은 베테랑 공격수 손흥민(34·LAFC)에게 꽤나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하루였을 테다.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자신에게 처음 주장 완장을 맡겼던 옛 은사의 경질 소식이 들려왔고, 동시에 미국 무대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다시 한번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기 때문이다.
유로파 우승에도 짐 싼 포스테코글루… 손흥민 “당신은 영원한 전설”
토트넘 홋스퍼는 이날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빌바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승리하며 구단에 17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안겼지만, 리그에서의 끝없는 부진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1승 5무 22패(승점 38)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17위까지 추락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일 시즌 최다 패배와 최저 승점이라는 뼈아픈 불명예를 안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포스테코글루 체제에서 토트넘의 주장으로 활약하며 첫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던 손흥민은 곧바로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애틋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당신은 수십 년 만에 이 클럽에 가장 찬란한 밤을 선물했고, 우리는 평생 그 추억을 간직할 것”이라며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주장인 나를 향한 당신의 믿음은 내 커리어 최고의 명예 중 하나였다. 고마워, 친구. 당신은 영원한 토트넘 홋스퍼의 전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빈자리를 채울 차기 사령탑으로는 토마스 프랑크 브렌트퍼드 감독과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의 복귀설도 제기되지만, 막대한 위약금 문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19분 만에 4도움 폭발… ‘에이징 커브’ 논란 잠재운 클래스
옛 스승의 씁쓸한 퇴장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를 누비는 손흥민의 발끝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빛났다. MLS 사무국은 같은 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6라운드 베스트 11을 발표하며 LAFC의 6-0 대승을 집중 조명했다. 손흥민은 앞서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랜도 시티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무려 4개의 도움을 쓸어 담는 기염을 토했다.
전반 7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예열을 마친 그는 20분과 27분 정교한 패스로 파트너 드니 부앙가의 득점을 연달아 도왔고, 39분에는 세르히오 팔렌시아의 쐐기골까지 어시스트했다. MLS 역사상 한 경기 단일 하프에서 4개 이상의 도움을 올린 선수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유일했다. 손흥민은 이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추가한 것은 물론, ‘전반전’ 기준으로는 리그 최초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그가 4개의 도움을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9분 32초였다. 이는 지난 2024년 5월 메시가 뉴욕 레드불스를 상대로 기록한 18분 57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득점원 넘어 완벽한 플레이메이커로… 무패 행진 이끄는 ‘캡틴’
사실 이번 시즌 초반 손흥민을 향한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의 전술 변화로 활동 반경이 골문에서 멀어지면서 득점포가 가동되지 않았고, 3월 A매치 기간 대표팀에서도 침묵하자 기량 하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신체 상태는 나쁘지 않으며 항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리고 소속팀 복귀 직후 곧바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올 시즌 손흥민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벌써 10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다. 명목상 최전방에 위치하지만, 실제로는 득점보다 기회 창출에 집중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리그 도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도스 산토스 감독 역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손흥민이 매 경기 골을 넣을 필요는 없다. 그는 팀에 헌신하고 전반에만 5골에 관여했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과 해트트릭을 기록한 라운드 MVP 부앙가의 무자비한 활약에 힘입어 LAFC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개막 후 6경기 무실점이라는 MLS 최초의 진기록을 쓴 이들은 5승 1무, 득실차 +14를 기록 중이다. 현재 서부 콘퍼런스 단독 1위이자 리그에서 유일하게 패배가 없는 팀으로 군림하며 압도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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