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전·현직 거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프로의 품격’을 증명하며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황성빈이 포기하지 않는 악바리 근성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썼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후배들을 위한 쓴소리와 함께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알렸다.
사직을 뒤흔든 대역전극, 그 중심에 선 황성빈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는 롯데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한 판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암울했다. 롯데 선발 벨라스케즈가 1이닝도 버티지 못한 채 무너졌고, 상대 마운드에는 SSG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1회 초부터 스코어는 0-5. 패색이 짙던 순간, 롯데 더그아웃에서는 베테랑 정훈이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포기하지 말자. 하나씩 따라가자.” 이 짧고 굵은 메시지는 선수들의 투지를 깨웠다.
이날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황성빈은 그 투지의 선봉장이었다. 그는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이라는 놀라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황성빈을 필두로 타선이 폭발한 롯데는 난타전 끝에 12-11,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승리로 롯데는 공동 5위로 복귀하며 가을야구 진출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황성빈은 경기 직후 “1회 대량 실점 후 정훈 선배님의 말씀 덕분에 선수단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며 “특히 1회와 2회에 곧바로 점수를 만회하며 따라붙은 것이 타이트한 승부로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승리의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올 시즌 70경기에서 타율 2할 6푼 6리, OPS 0.642를 기록 중인 황성빈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후반기 들어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 벤치를 지키는 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실망 대신 준비를 택했다. “선발로 나서지 못할 때도 벤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는 프로다운 책임감이 묻어났다.
그는 “이번 경기는 타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희생플라이가 필요한 순간에는 욕심을 버리고 팀 배팅에 주력했다”고 복기했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팀의 정체성이다. 오늘 보여준 응집력을 시즌 끝까지 이어가겠다”며 남은 시즌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이대호, 대만 중신 브라더스의 객원 코치로 합류
현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불태우는 동안, 롯데의 레전드 이대호는 지도자로서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14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강단에 선 이대호는 130명의 신인 선수들에게 프로로서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프로가 되었다고 안주하는 순간 끝이다. 항상 먼저 준비하고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며 후배들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이대호는 최근 화제가 된 대만 프로야구(CPBL) 중신 브라더스(Zhongshen Brothers) 코치 합류에 대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중신 브라더스 구단은 지난 3일 공식 SNS를 통해 이대호를 스프링캠프 객원 타격 코치로 초빙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단 측은 “한국의 전설적인 타자 이대호가 팀의 장타력 향상과 타자들의 멘탈 강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경을 넘은 우정과 야구에 대한 탐구
이번 코치직 수락의 배경에는 이대호와 중신 브라더스의 히라노 케이이치 감독 간의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국경을 넘어 이어졌다. 히라노 감독은 지난겨울 직접 부산을 찾아 이대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대호는 옛 동료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대호는 “감독님이 오랫동안 요청하셨고, 직접 부산까지 찾아오셔서 ‘길게는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하시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며 “대만 팀이지만 한 팀의 감독이 직접 와서 부탁한 만큼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만 야구가 최근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대만 선수들을 지도하며 그들의 야구를 공부하고 한국 야구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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