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의 ‘아이스 퀸(Ice Queen)’이 다시 한번 메이저 대회의 주인공이 되었다. 카자흐스탄의 엘레나 리바키나(세계 랭킹 5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 없이 냉정함을 유지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6년 호주오픈 결승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의 강력한 서브와 흔들리지 않는 포핸드 스트로크는 시종일관 상대 코트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결국 대프니 애커스트 메모리얼 컵은 그녀의 품에 안겼다.
3세트 대역전극, 드라마 같았던 승부
지난 31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26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리바키나는 세계 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세트 스코어 2-1(6:4 4:6 6:4)로 제압했다. 경기 시간 2시간 18분의 혈투였다. 특히 승부처였던 3세트의 집중력이 빛났다. 게임 스코어 0-3으로 끌려가던 리바키나는 특유의 뒷심을 발휘해 내리 5게임을 따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우승을 확정 짓는 챔피언십 포인트 순간, 리바키나의 ‘무기’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시속 183km의 날카로운 서브가 상대 코트 사이드라인 깊숙한 곳에 꽂혔고, 사발렌카는 라켓조차 대지 못했다. 이로써 리바키나는 2022년 윔블던 우승 이후 약 4년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그랜드슬램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또한 2023년 호주오픈 결승에서 사발렌카에게 당했던 패배를 3년 만에 갚아주는 데 성공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녀는 세계 랭킹 3위 도약을 예약했으며, 우승 상금 415만 호주달러(약 40억 5000만 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WTA 투어를 지배하는 압도적인 서브 통계
이번 대회에서 리바키나가 보여준 서브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스포츠 통계 업체 옵타(OptaAce)의 분석에 따르면 리바키나는 이번 호주오픈 기간 동안 무려 47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여자부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공동 2위인 사발렌카와 왕신위(중국)가 기록한 27개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차이다. 이가 시비옹테크, 제시카 페굴라 등 톱 10 선수들을 연파하며 결승에 오르는 험난한 대진 속에서도 그녀의 서브는 흔들림이 없었다.
범위를 2026년 시즌 전체로 넓혀봐도 리바키나의 서브는 독보적이다. 그녀는 올 시즌 초반에만 벌써 75개의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투어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그룹인 왕신위(60개)와의 격차를 벌리며 ‘서브 퀸’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 중이다. 남자부에서는 알렉산더 즈베레프(97개)와 야닉 시너(91개)가 에이스 부문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자부에서 리바키나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전설들의 발자취를 따르다
이번 우승은 테니스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리바키나는 아멜리 모레스모, 린지 대븐포트, 마리아 샤라포바, 마리아 힝기스, 비너스 윌리엄스에 이어 오픈 시대 이후 잔디 코트와 하드 코트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두 개를 각각 우승한 역대 여섯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2019년 오사카 나오미 이후 처음으로 톱 10 선수 3명을 꺾고 호주오픈 정상에 오른 선수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리바키나는 “정말 치열한 접전이었고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며 “팀원들의 도움으로 이런 결과를 얻어 기쁘고, 올 시즌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3년 전의 아픔을 딛고 다시 선 결승 무대에서 만난 라이벌 사발렌카에게는 “앞으로도 더 많은 결승전을 함께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4년 연속 호주오픈 결승 무대를 밟은 사발렌카 역시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지난해 준우승 당시에는 눈물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미소를 지으며 리바키나에게 축하를 보냈다. 사발렌카는 “리바키나는 정말 멋진 테니스를 보여주었다”며 상대를 인정하고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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