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11월 2025

A매치 성과 뒤덮은 한일전 비교 심리, 그리고 브라질 U-17 대표팀의 승부차기 패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상암벌에서 기분 좋은 승전보를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시선은 도쿄 국립경기장으로 쏠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친선 경기에서 엄지성과 오현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 완승을 거뒀다. 전반 15분 터진 엄지성의 선제골과 후반 30분 승부에 쐐기를 박은 오현규의 추가 골은 다가오는 12월 월드컵 조 추첨에서 유리한 포트 2번을 사수하기 위한 귀중한 성과였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한축구협회 소셜미디어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성토의 장으로 변모했다.

일본의 대 브라질전 역전승이 불러온 파장

팬들의 여론이 들끓게 된 기폭제는 같은 날 일본 대표팀이 거둔 성적표였다. 한국이 파라과이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던 시각, 일본은 도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3대2 역전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일본은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고도 후반에 내리 세 골을 몰아치는 저력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불과 며칠 전 한국이 브라질에 0대5로 대패했던 사실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축구 팬들은 “일본은 브라질을 이겼는데 우리는 고작 파라과이 승리에 만족해야 하느냐”, “같은 브라질을 상대로 한일 양국의 스코어가 0:5 대 3:2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물론 일각에서는 상대적인 전력 차와 승리 자체에 의미를 두자는 자중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라이벌 일본의 약진에 자극받은 팬들의 허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복기, 그리고 트라우마 극복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이번 2연전의 전술적 의미를 강조하며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브라질전 대패가 선수들에게 안겼을 심리적 압박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파라과이전 승리로 극복해 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홍 감독은 이번 10월 A매치 일정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의 시뮬레이션 과정으로 정의했다. 1차전에서 강팀을 만나 패배하거나 고전했을 때, 이어지는 2차전에서 어떻게 분위기를 추스르고 반등할 것인지를 점검하는 모의고사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파라과이전 승리는 이러한 ‘멘털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카타르에서 들려온 비보, U-17 브라질의 좌절

한편, 성인 무대에서 일본에 덜미를 잡힌 브라질 축구의 불운은 청소년 대표팀으로까지 이어졌다. 24일(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의 어스파이어 존에서 열린 2025 FIFA U-17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은 포르투갈과 맞붙어 승부차기 접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유럽과 남미의 자존심을 건 이 맞대결은 전후반 정규 시간 동안 득점 없이 0대0으로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양 팀 모두 결승행 티켓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중한 경기 운영을 펼쳤고, 결국 승부는 잔인한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승부차기마저도 치열했다. 양 팀은 다섯 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시키며 4대4 동률을 이뤘으나, 이어진 서든데스 상황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포르투갈이 침착하게 골망을 가른 반면, 통산 5회 우승이라는 대기록 타이를 노리던 브라질의 꿈은 마지막 순간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최종 스코어 6대5, 포르투갈이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하며 오스트리아와 우승컵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 반면 성인 대표팀의 패배에 이어 U-17 월드컵 결승 진출마저 좌절된 브라질은 이탈리아와의 3·4위전으로 밀려나며 씁쓸하게 대회를 마무리하게 되었다.